공명
Resonance
전시기간 : 2012-02-08 ~ 2012-03-31
전시작가 : 강운구, 김창열, 김태호, 도윤희, 박병춘, 박서보, 박형근, 백승우, 설원기, 송수련, 오원배, 우제길, 윤동천, 이갑철, 이강소, 이강우, 이우환, 이철주, 정연두, 정재호, 정종미, 조환, 주명덕, 최병관, 한정식, 홍수연
공동기획 : 금호미술관, 우민아트센터

* 초대 : 2012년 2월 8일 (수)  오후 5시30분


예기치 못하는 것을 기다리는 공명 共鳴 Resonance

2012 교류전은 금호미술관 소장품으로 구성되는데, 작가 이름들만 보더라도 미술관련 매체나 기사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한국현대미술에서 담론이나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가진 작가들임을 알 수 있다. 아주 단순하게 본다면 지역 미술관에서 유명(?) 작가 작업들을 가져와 전시했구나 할 수도 있을 이번 전시의 속내는 전시 제목 공명의 의미만큼 다층적이다. 공명은‘함께 할 공(共)’과 ‘울릴 명(鳴)을 쓰며 영문 Resonance는 다시 울리다 (to return to sound), 반향하다(to sound and resound)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와 관련된 리서치를 하다 눈에 띈 개념이었다.

첫 번째, 주요 기획전에서 교류전이란 제목 아래‘공명'은 사업 취지에 부합하는 두 기관의 교류와 협력에 대한 기대이다. 이는 기능적인 기획매개공간의 유무형의 자산을 주고 받는 단계를 넘어, 자체 기관의 역량과 활동의 내실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포함한다.

두 번째, 전시의 구성적 의미에서 ‘공명'은 가장 기본적인 매체인 평면작업들이 가진 시각성의 비가시적 경험의 순간이다. 미술은 여전히 인간의 눈에 의한 시각성에 집중되어 있지만, 우리가 미술, 예술에 감동받음은 물리적 시각성 너머 나에게 말거는 무엇인가에서 시작한다. 관람자는 조용한 풍경 속에서 사유의 숭고함과 마주할 것이다.

세 번째, 미술담론의 의미에서 ‘공명'은 한국현대미술 지형에 대한 재배치와 재배열을 위한 지도그리기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영화와 같은 가치를 가지는데, 한 기관의 소장품 안에 한국현대미술의 작은 연대기를 펼쳐놓고 숙고한다. 그 다음은 이러한 기존 제도와 시장의 지형도의 사이사이에 동시대 예술 창작과 기획매개의 방향을 가늠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네 번째, 우민아트센터라는 기관의 정체성에서‘공명'은 관계적 의미다. 여기에는 새로운 공공성과 창의적 소통을 지향하는 시각예술의 플랫폼으로서 우민아트센터의 새로운 미술관상, 인터-로컬 뮤지엄(inter-local museum)을 위한 태도와 관점을 포함한다.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회복하고, 창작, 향유 그리고 기획매개에서의 다른 상상력을 위한 상호관계성을 지향한다.

이러한‘공명'의 의미는 전시라는 틀 안에서 시행착오, 불통과 소통의 여러 결을 따라 흘러갈 것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 동시대 예술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예기치 못한 무언가를 만날 것이라는 즐거운 희망이 있다.

글. 채은영 (우민아트센터 수석큐레이터)


창조적이란 말은 상대적 의미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즉 대중의 지각 방식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대중없이는 생각될 수조차 없는 현실 자체를 변화시키는 사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창조적이란 말은 현실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것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들과의 역사적 관계 속에서만 존재함을 시사해준다.

안토니오 그람시, 『옥중수고 2』, p.190



금호미술관, 그 컬렉션에 관하여

미술관은 그 역사가 시작된 이래, 한 사회의 문화 지형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다. 컬렉션(소장품), 전시, 교육 등의 역할을 통해서 미술관은 대중을 위한 공공성과 미술계 내부의 구체적인 지원을 위한 전문성을 기축으로 움직인다.

금호미술관은 1989년 금호갤러리로 출발, 1996년 금호미술관으로 재개관하여 20여년이라는 시간을 지속했다. 금호미술관은 일반적인 미술관들과 마찬가지로, 전시·교육·컬렉션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는데, 컬렉션은 일차적으로 금호미술관이 지향해 온 전시의 방향과 그 맥락을 같이하며, 그러한 작품들이 중심이었다. 이번에 <공명> 전에 소개된 컬렉션의 카테고리는 가장 흔한 장르적 분류인 서양화·동양화·사진의 3가지이다. 그러나 이를 그동안의 금호미술관의 전시 성격과 연계하여 살펴보면, 그 구성은 우선 1980~1990년대 모더니즘 미술의 전개 전후의 작품들, 신진작가들에 대한 지원으로 프로그램과 연계된 컬렉션, 그리고 사진이나 디자인 등 새로운 매체에 대한 관심으로 집중된 컬렉션이다.

1989년 개관이후 1996년 미술관으로 재개관하기까지, 금호미술관이 집중했던 부분은1980년대 형상미술의 흐름과 동시에 1980~1990년대 한국의 모더니즘 미술의 전개를 함께 정리했다는 점이다. 이번 <공명>전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특히 한국의 모더니즘 미술의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다.

우선, 김창열, 박서보, 이우환은 서구의 앵포르멜이나 미니멀리즘 등의 사조와 함께 동양적 철학을 결합시킨 작품들로 한국 모더니즘의 대표 작가들이다. 김창열의 경우 앵포르멜에 집중한 작품들에서 점차 사실주의적인 작품들에 몰두하며,‘물방울'이라는 상징적 형상을 통해 동양적 사고관을 보여주며, 박서보는 자신의 그림을 그리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무의자연'의 태도를, 이우환 역시 미니멀리즘적 회화에 동양적인 명상의 세계를 덧붙인다. 이러한 원로 작가들의 모더니즘계열 회화 계보의 연장선에서 함께 구성된 작품들은 우제길, 이강소, 설원기 등 추상작업들이다. 이들은 이전 모더니즘 계열과는 달리, 다소 표현주의적이거나 내러티브를 갖는다. 따라서 <공명>전에서 선보이는 작업들은 김창열, 박서보, 이우환 등 모더니즘 회화를 필두로 홍수연의 회화까지 한국 추상회화의 한 축을 관망하게 한다.

동양화의 경우, 금호미술관 컬렉션으로 그 현대적 변용의 다양한 전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동양화가 가진 기본적인 매체 특성과 함께 한지가 가진 특수한 물성에 관심을 가지며, 과감한 실험적 태도와 다양한 주제를 통하여 동양화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초기 구상작업에서 점차 추상적인 형태와 우연성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는 작가 이철주를 그 시작점으로 제시한다. 송수련은 한지에 선염을 하고, 그 위에 긁힌 자국이나 얼룩 등을 표현해 냄으로써 한지의 물성에 대한 작가만의 독특한 인식이 드러나는 미니멀한 추상작업을 제작하며, 조환은 동양화의 브러쉬 스트로크 형태를 메탈 위로 옮겨놓아 동양화의 평면성을 조각으로 확대한다. 정종미는 전통 염색기법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동시에 전통조각보에 착안한 붙이기 기법을 시도하고, 정재호는 동양화 매체를 사용하면서도 주제에 있어 다큐멘터리 작업에 가까운 공간을 재연해냄으로써 지극히 서양화적인 풍경을 화면에 표현한다.

사진 부분에서 금호미술관은 사진 전문 공간들의 활동이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전시와 컬렉션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집해왔다. 따라서 현실적 풍경을 기록적인 측면에서 담고 있는 1세대 작가들과 이후 국제적으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중진 작가들의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소개되기 때문에 한국 사진의 한 흐름을 훑을 수 있다. 전시에서 소개되는 강운구, 주명덕과 같은 1세대 작가들의 작업 방식은 사회상과 삶의 풍경들은 여과없이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적인 접근으로 분류되며, 이는 당시 뉴미디어였던 사진 매체에 대한 집중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사회를 향한 관심어린 시선은 1990년대 이갑철로 이어져 한국적인 소재들-시골 풍경들과 인물 등-에 대한 정취와 향수를 불러오는 작업으로 확인되며, 이강우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를 관통하면서 변화하는 도시와 지역의 변모에 대한 관심을 카메라 안에 담고 있다. 한편, 한정식과 최병관의 경우, 사진이 담아낼 수 있는 가장 명상적이고 고매한 시각을 화면 안에 가득 채운다. 대나무, 돌, 일렁이는 물결 등 정적이고 고요한 대상물을 흑백사진에 담고 음영의 조절을 통하여 보는 이의 감흥을 자극하는데, 흔히 선(zen)적인 동양적 사고관이 반영된 사진의 계보로 이해된다. 반면 이후 세대들의 작업은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전형적이거나 획일적인 느낌의 작업들보다는 현대 미술의 다양한 미감과 창작법을 수용하고 소위 연출사진이라 불리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정연두, 박형근, 백승우 모두 특정한 하나의 크리틱의 기준이나 방법론보다는, 개별적이고도 글로벌한 현대미술의 다양한 키워드로 평가될 수 있는 작가들로, 화면 속 공간에서 미묘하게 대치되는 장치를 만듦으로써 긴장감을 생성하는 이미지를 구축한다.

글.  금호미술관 학예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