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도 다시, 밤
전시기간 : 2017-04-19 ~ 2017-06-28
전시작가 : 김상진, 안경수, 안정주, 이은우, 장보윤, 정재호
2017 주제기획

기    간 : 2017년 4월 19일 수요일 - 2017년 6월 28일 수요일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주 일요일 휴관
장    소 : 우민아트센터 전관
기    획 : 조지현, 장영원
후    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민재단
프로그램 : 4월 26일, 5월 31일 문화가 있는 날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전시연계 프로그램

* 별도의 초대행사는 없습니다.




2017 주제기획 <우연히도 다시, 밤>

갈수록 미래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더 나아가 초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드는 현상은 그만큼 세상이 불안하고 변하기 쉬우며 변덕스러운 사회로 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시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일상이 되어버린 작금의 현실에서 예술의 실천적 역할을 모색하는 2017 주제기획 <우연히도, 다시 밤>을 선보인다.

<우연히도 다시, 밤>은 ‘밤’이 은유하는 ‘불확실성’이라는 시대적 ‘제약’을 울리포 그룹의 실험을 차용해 ‘가능성’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울리포(OuLiPo, 잠재적 문학을 위한 연구회)는 1960년대 프랑스 현대문학의 흐름 가운데 독특하고 주요한 실험적 움직임이었다. 그들은 자칫 글쓰기의 자유를 억업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던 제약을 통해 문학 구조의 풍부한 변형과 표현의 다양한 가능성을 확장하며, ‘자유’라는 것이 결코 형식적인 ‘제약’과 대비되는 개념이 아님을 증명했다.

전시는 ‘불확실성’이라는 동시대적 조건, 외부 기획자와의 협업이 가지고 올 수 있는 결과의 ‘불확실성’이라는 공통분모를 전시 키워드로 상정한다. 또한 1960년대의 파리 문학그룹인 ‘울리포’ 그룹의 개념을 가지고 오는데, 이는 시대적 ‘제약’이 가진 기존 통념을 전복하고 불확실성, 혹은 불확정성을 실험해온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현실을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재사유하고자 함이다.

김상진은 인류가 만들어낸 ‘인식체계의 확신에 대한 의심’으로부터 출발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실재의 불확실성, 인식과 실재간의 괴리와 모순, 부조리들을 다양한 매체의 실험을 통해 드러낸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공 음성프로그램을 이용한 로봇극 <화성영가>(2015)를 선보이며 표현과 경험에 대한 인간의 열망이 언제나 기술과 환영의 경계에 머무르고 있음을 지적한다.

안경수는 폐기물에 가까운 낡은 사물, 오래된 건물과 공사장 터를 미완의 풍경으로 바라본다. 부분들로 배치된 화면은 무엇인가를 도드라지게 하는 배경으로서의 풍경이 아니라 그 장소 자체를 바라보게 하며 풍경의 전체적인 조망을 불완전한 시도로써 남겨둔다. 화면위로 소환된 풍경의 조각들은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했던 미시적인 세계를 열어 보인다.

안정주는 우리의 일상에서 이미지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소리의 존재를 눈여겨보게 하면서 현실의 내러티브를 깨고 소외된 소리를 발견해내려는 시도를 지속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립싱크 프로젝트 <smoking>, <fishing>, <crossing>(2007)에서는 실제 소리를 삭제한 뒤 영상 이미지위에 인위적인 소리를 덧입히며 언어와 소리가 가지는 해석의 오차에서 드러나는 시각적 의미의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이은우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작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어 사물의 쓰임새나 재료의 물질적 속성, 각종 표준규격들을 작업의 형태를 결정짓거나 장식성 또는 사물성을 강화하는 장치로써 사용한다. 이로써 다른 사물들과 맺고 있는 관계나 기능에 따라 존재의 근거나 당위성이 결정되는 사물적 기능의 미결정성을 은유한다.

장보윤은 우연히 혹은 의도적으로 획득한 타인의 사진을 매개로 타자와 자신의 공통 기억과 경험을 재구성하여 시각적 이미지와 언어로 재현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밤에 익숙해지며>는 어느 미국인으로부터 우연히 전해 받은 앨범으로부터 만들어진 40개의 사진과 슬라이드 프로젝터 작업이다. 작가는 앨범 속에 등장하는 실존했던 개인의 삶을 주 체험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사진 속 인물의 존재와 부재의 중간, 현존의 불확실성에 기대어 새로운 서사를 재편한다.

정재호는 현존하나 잊혀진 장소,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과거의 산물들을 종이 위에 재현한다. 또한 관객들에게 역사적 이미지들의 재현이 주관적 경험들이 기억의 파편들과 조우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우리의 ‘현재’ 역시도 곧 잊혀질 ‘과거’의 흔적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밝히고자 하는 것은 울리포의 탐색과 모험의 경험으로부터 균등하고 동질적인 사회적 조건 사이에서도 인식적, 장르적 경계를 넘나들며 차이와 변화를 만들어온 작업적 실험들을 통해 미적 잠재력의 가능성으로 환원되는 제약의 가능성을 재확인하고자 함이다.

한계를 부여하는 순간, 새로운 인식적 모험은 시작되고, 가능성은 확장된다. 전시 <우연히도 다시, 밤>은 울리포의 탐색과 모험의 경험으로부터 6명의 작가의 작업에서 보여지는 ‘불확실성’이라는 내용적, 형식적 실험의 제약을 통해 기존 통념들로 굳어진 사회를 낯설게 만들고 아득한 오늘날의 현실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게 하는 동력으로서 기능하게 한다.